1993년에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걸작 '서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줄거리
'서편제'는 195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는 소리꾼 유봉(김명곤 분)과 그의 딸 송화(오정해 분), 양자 동호(김규철 분)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유봉은 판소리의 명맥을 잇기 위해 두 아이를 키우며 떠돌아다닙니다. 그는 송화를 진정한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약을 먹여 눈을 멀게 하고, 이에 반발한 동호는 집을 나가 버립니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동호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송화의 소리를 듣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섭니다. 긴 세월 동안 판소리에 모든 것을 바친 송화를 만난 동호는 자신의 정체성과 예술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감상평
'서편제'를 처음 봤을 때의 그 깊은 여운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이 어우러져 한편의 서정시 같은 영화였습니다.
특히 오정해의 판소리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실제 소리꾼 못지않은 그녀의 소리는 영화의 감동을 한층 더 끌어올렸죠. 김명곤의 묵직한 연기와 김규철의 젊은 열정이 더해져 세 배우의 앙상블은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판소리라는 전통 예술을 다룬 영화를 넘어서, 예술에 대한 집념과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인 '한(恨)'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겪어온 급격한 산업화와 현대화 속에서 잃어버린 전통과 정서에 대한 그리움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영록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남도의 산과 들, 그리고 하늘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판소리의 구성진 가락과 어우러져 우리의 감성을 자극했죠.
또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서편제'는 개봉 당시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었고, 칸 영화제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영화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죠.
명장면
- 송화의 눈물 소리 장면: 송화가 눈이 멀어가는 과정에서 부르는 판소리 장면은 영화의 가장 큰 감동을 주는 부분입니다. 고통 속에서도 판소리를 놓지 않는 송화의 모습은 예술에 대한 집념을 잘 보여줍니다.
- 동호와 송화의 재회 장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동호와 송화가 재회하는 장면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줍니다. 서로를 알아보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유봉의 마지막 소리 장면: 영화의 마지막, 유봉이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소리는 한 평생 판소리에 바친 그의 인생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예술가의 숭고함과 비극성을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명대사
- "소리는 한이여야 혀. 한에서 나와야 혀." - 유봉
-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들어야 더 잘 보이는 법이여." - 유봉
- "소리는 목숨과 같은 것이여." - 송화
- "한평생 소리만 하다 가는 게 사람 사는 것이겠소?" - 동호
이 대사들은 영화의 주제와 캐릭터들의 내면을 잘 보여주며, 지금 들어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한줄평과 평점
한줄평: "한국인의 혼이 담긴 판소리, 영화로 피어나다"
평점: ★★★★★ (5/5)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전통의 아름다움과 예술가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또한 급격한 현대화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우리의 정서, '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늑대와 춤을' 영화 리뷰 - 진정한 서부 영화의 부활 (0) | 2024.07.20 |
---|---|
'아마겟돈' 영화 리뷰, 90년대 블록버스터의 영광을 되새기다 (0) | 2024.07.19 |
'사랑과 영혼' 영화 리뷰,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의 힘 (0) | 2024.07.19 |
'타이타닉' 영화 리뷰, 30년이 지나도 가슴 속에 영원히 (0) | 2024.07.18 |
'쉬리' 영화 리뷰 - 잊혀진 한반도의 아픔을 되새기다 (0) | 2024.07.18 |